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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마지막 퇴사

by 안다. 2021. 3. 22.

살아있는 동안은 어떤 일에 대해서도 마지막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입사'라는 이벤트에 대해서는 살면 살수록 당분간 내게 일어나지 않을거란 생각이 확고해진다.

 

 

마지막 퇴사는 2018년 2월 28일이었다. 손가락으로 햇수를 꼽아보니 벌써 3년 전 이다. 그 사이에 내 커리어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려했는데 아무일이 없었다. 마지막 회사는 대기업에 가까운 곳이어서 실무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회사가 주는 복지와 안정감을 맛본 기회였다. 되돌아보면 그것은 참 안락했다. 계약직으로 11개월을 보낸 그곳은 약간의 타협만으로 경제적 안정과 다양한 편의를 누릴 수 있었다. 어차피 내것이 아니었기에 유통기한이 다한 뒤에도 홀가분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덕분에 일정이상의 여유자금을 모았고 퇴사와 함께 충동적으로 작업실 한칸을 임대했다. 파티션으로 나뉜 넓은 스튜디오를 4명이서 사용하는 공유 작업실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로는 어떤 공동체에도 속한 나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외부 자극을 얻고싶었고 그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늘 작업공동체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음 ... 여전히 있다. 풋풋하거나 엉망진창하지 못한 대학시절이 아쉬웠기 때문인지. 입학 전에 허니와 클로버를 본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는지. 단지 내가 쭈구리었을 뿐인지. 아무튼 나의 대학시절은 다소 컴컴하다. ㅠ..

 

 

몇 차례 작업모임에 참여 하거나 내가 주도하여 스터디모임?같은걸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갑자기 모인 구성원들 사이에 결속력이 생길리 없었다. 몇 차례 시도를 거친 뒤 내가 바랬던 모임의 분위기가 만들어지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한 법이며그런 시간을 끌어가는 일정 리더십을 가진 구성원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혼자서 작업하는 스타일이지 다같이 모여서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건 체질에 맞지 않았다 ..... 부끄러

 

 

아무튼 그럼에도 그때는 또 다시 그런 공간과 환상을 품고 졸업 이후 처음으로 작업공간을 갖게 되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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