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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퇴사와 요리, 주식스터디

by 안다. 2021. 3. 26.

 

 

요리

 

 

퇴사를 한 뒤로는 대부분 끼니를 집에서 해결한다. 

요리라고 부르기엔 레시피 없이 고정된 식재료에 소스만 약간씩 바꿔가면 맛을 바꾸는 정도인데, 조리방식은 늘 굽고 볶는 식이라 필요 이상으로 식용유를 많이 먹고 있을지 모르겠다. 펜의 상태도 좋지 않아서 볶을 때마다 그을린 부분을 보면서도 건강의 안녕을 기원한다.

 

처음 요리를 시작 한 건 대학 입학을 하며 처음으로 혼자 살기 시작했던 때이다. 조그만 부엌에서 닭찜이니 감자전이니 고군분투하였지만 어째 맛이 기가 맥히게 좋지는 않아서 ... 소질이 없나 보다고 단념하였지만, 생계를 위해- 절약을 위해- 기계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기술이 늘긴 한다. 이젠 제법 맛이 괜찮다. 새로운 맛과 요리법을 개발하는 것은 어쩌면 소질이 필요할지 몰라도 생계를 위한 요리는 요령이 익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맛이 달라질 수 있다.

 

애초에 요리- 라는 것 책으로 보고 레시피를 따라서 차근차근해 나가야 하는 종목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썰면 되고 그냥 구우면 되는 게 아니냐는 요리를 '보기만 했던' 사람의 오만.

요리에 따라 채소의 두께를 달리해서 썰고, 익히는 순서를 맞춰 넣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결과는 달라진다. 그 정도와 타이밍을 알아얀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책을 봤다면, 배웠다면 금방이었을 것을 게으름 때문에 수년의 생체실험을 거쳐 깨달았다. 

 

연초에 면역력 문제로 몇 번 고생을 한 뒤로 식습관에 더 신경 쓰게 됐다. 병이 올라서 병원에 갈 때마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과로를 했냐고 묻는데 퇴사까지 한 마당에 웬 말?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올라오는 병이라 그렇게 문진 하신 듯. 평소에 살던 대로 사는데도 이런 거라면 결국 기본 체력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건강을 염려로 규제하는 게 있다거나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몸이 낡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테지. 

 

 

 

주식 스터디

 

 

우연히 주식 스터디 모집 공고를 보고 평소답지 않게 바로 등록했다. 평일 낮에 진행하는 수업이니 퇴사자로서는 선호하는 시간대. 스터디를 구하려던 아니었지만 '주식'이라는 것에 대한 오랜 호기심과 두려움의 실체를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했다.

 

오래전에 계좌를 만들기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 조차 이해가 안 되고 주식으로 수익을 얻는 원리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체계적인 수업을 한 번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포기했었다. 그렇다고 재테크 카페 같은 데서 주최하는 곳을 가는 것엔 왜인지 마냥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번 스터디는 팔로잉하는 여성주의 카페에서 진행하는 것이라 안심한 듯하다. 실제 투자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주식이란 게 어떤 판인지 알아보고 조금이라도 부에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될지 체크해 볼 생각이다.

 

이제 1회 차를 마쳤고 선생님이 굉장히 적극적이셔서 좋다. 2주 후에 과제와 함께 2회차 스터디가 있을 예정인데, 그동안 공부하고 숙제할 것도 있다. 일단 증권사 계좌를 하나 열 생각이다! 드디어.

여러 사람들과 모여서 공부하는 게 오랜만이었는데, 첫 수업에 서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긴장하기도 하고 열중하기도 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이런 것이 반갑고 좋을 줄이야. 나이 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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